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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정의에 대한 세 가지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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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지 알려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명예)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러한 것들을 각각 자격 있는 사람에게 배분한다. 어려운 문계는 누가 무슨 이유로 그러한 자격을 갖는지 따져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격 폭리가 옳은지 그른지 생각해 보고, 상이군인 훈장과 구제 금융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주장들을 살펴보면서, 재화를 배분하는 세 가지 접근 방식을 밝혀냈다. 복지, 자유, 미덕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각기 정의에 대한 서로 다른 사고를 제안한다.

 

 앞서 살펴본 논쟁들 속에서 복지의 극대화, 자유의 존중, 미덕의 배양이라는 가치는 서로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가치들이 충돌할 때는 서로 다른 이상들이 뒤엉키기도 했다. 정치 철학이 이러한 불일치를 단숨에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민주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주장을 형성하고, 직면한 대안들의 도덕성을 살피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정의에 관한 세 가지 견해의 장단점을 살펴본다. 먼저 정의란 복지의 극대화라고 생각하는 주장부터 살펴본다. 시장 경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자연스러운 출발점이다. 오늘날 정치 논쟁의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혹은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는지, 또는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왜 이러한 문제에 그토록 신경을 쓸까? 가장 분명한 답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나 사회적인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더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풍요는 우리의 복지에 기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견해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공리주의를 살펴보아야 한 다. 공리주의는 복지를 극대화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 혹은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구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견해다.

 

 그 다음으로는 정의를 자유와 연관시키는 일련의 이론들을 살펴본다. 이들 이론의 대부분은 (비록 어떤 개인적 권리가 가장 중요한가를 두고 견해차가 있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개인의 권리 존중을 강조한다.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곧 정의라는 생각은 복지 극대화를 강조하는 공리주의 사고만큼이나 오늘날 정치에서 익숙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권리장전’에는 다수의 힘으로도 침해할 수 없는 자유들(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이 규정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정의는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자유를 근간으로 정의를 규정하는 접근법은 여러 유파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시대에 가장 치열한 정치 논쟁은 이러한 접근법을 취하는 경쟁적인 두 진영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이 두 진영이란 자유방임 진영과 공정성 진영이다. 자유방임주의 진영을 이끄는 자들은 자유시장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정의란 성인들의 합의에 따른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데 달렸다고 믿는다. 공정성 진영은 평등을 옹호하는 이론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규제 없는 시장은 공정하지도 자유롭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모든 이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공정하게 나눠 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의가 미덕, 좋은 삶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이론을 살펴본다. 미덕으로 정의를 규정하는 견해는 오늘날 정치에서 문화적 보수주의, 종교적 우파로 간주된다. 도덕을 법으로 규정한다는 생각은 자유 사회 시민들이 보기에, 자칫 편협하고 강압적인 정책을 초래할 수 있는 경악할 만한 발상이다.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는 무엇이 미덕이며 좋은 삶인가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데올로기 스펙트럼 상의 다양한 정치 운동 및 주장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탈레반뿐만 아니라 노예제 폐지론자와 마틴 루서 킹(Martin Luther King) 목사도 도덕적, 종교적 이상으로부터 자신의 정의에 대한시각을 정립했다.

 

 이 같은 정의에 관한 이론들을 평가하기에 앞서, 철학적 주장이 (특히 도덕 및 정치 철학처럼 다양한 주장이 공방을 벌이는 영역에서)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철학적 주장은 흔히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전개된다. 가격 폭리, 상이군인 훈장, 구제 금융에 관한 논쟁에서 보았듯이, 도덕적, 정치적 문제에는 이견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견은 보통 공적 영역에서 서로 지지하는 바가 다르거나 당파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때로는 개인의 내면에서도 어려운 도덕적 문제에 대해 상충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에서 내리는 판단으로부터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을 어떻게 추론해 낼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 도덕적 추론을 할 때 무엇을 기반으로 삼아야 할까?

 

 도덕적 추론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가지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하나는 철학자들이 수없이 토론한 가상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무척이나 가슴 아픈 도덕적 딜레마가 담긴 실제 이야기다.

 

 먼저 철학자등이 자주 논의했던 가상의 이야기부터 살펴보자.36) 이런 이야기들이 늘 그렇듯이, 현실의 복잡한 부분들은 상당히 배제되어 있어서 제한된 몇 가지 철학적 주제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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