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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반대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03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자유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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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DO WE OWN OURSELVES?:

LIBERTARIANISM

 

『포브스』는 매년 미국의 400대 부자 명단을 발표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Bill Gates)가 1위를 차지했는데, 2008년 기준 그의 순자산은 570억 달러로 추정된다. 명단에는 이 밖에도 투자가 워런 버핏(Warren Buffett)(2위, 500억 달러), 월마트 소유주, 구글 창업자, 아마존닷컴 창업자, 여러 석유 기업 관계자, 헤지펀드 운용자, 미디어 거물, 부동산 재벌, 텔레비전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v)(155위, 27억 달러), 뉴욕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George Steinbrenner)(마지막 순위 13억 달러) 등이 올라 있다.1)

 미국의 부자들은 순위가 낮더라도 재산이 너무 막대해서, 몇십억 달러 정도로는 400대 부자 명단에 간신히 이름을 올릴 정도다. 실제로 미국의 상위 1퍼센트가 미국 전체 부의 3분의 1을 소유하는데, 이는 하위 ‘90 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또한 상위 10퍼센트 가정이 미국 전체 소득의 42퍼센트, 전체 부의 기 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2)

 경제 불평등은 미국이 다른 어느 민주 국가보다 훨씬 심각하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불평등은 부당하므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보다 많이 부과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강요나 사기 행위 없이 시장 경제에서 자유로운 선택으로 얻은 부라면 전혀 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과연 누가 옳을까? 정의를 행복 극대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논리로 부의 재분배 주장을 옹호할 것이다. 즉 빌 게이츠로부터 100만 달러를 거둬 궁핍한 사람 100명에게 1만 달러씩 나눠 줬다고 가정해 보자. 그럴 경우 전체적인 행복은 늘어날 것이다. 빌 게이츠에게는 그 정도 돈이 별로 아쉽지 않겠지만, 돈을 받은 사람들은 뜻밖의 1만 달러 횡재로 커다란 행복을 느낄 것이다. 빌 게이츠의 공리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돈을 받은 사람들에게 늘어난 공리를 모두 합치면 그보다 클 것이다.

 공리주의 논리는 꽤 급진적인 부의 재분배를 지지하는 쪽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빌 게이츠가 돈이 줄어들어서 입는 타격과 사람들이 돈을 받아서 늘어나는 혜택이 같아질 때까지 빌 게이츠로부터 계속 돈을 걷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로빈 후드식 각본은 적어도 두 가지 반박에 부딪힐 수 있다. 하나는 공리주의 사고 내의 반박이고, 다른 하나는 공리주의 바깥에서 오는 반박이다. 첫 번째 반박은 높은 세금, 특히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 일과 투자에 대한 의욕을 꺾어 생산성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로 인해 전반적인 경제 성과가 줄고 재분배 할 이익도 줄어들면, 전체 공리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공리주의자들은 빌 게이츠와 오프라 윈프리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기 전에, 그로 인해 이들이 일을 적게 하고 돈도 적게 벌어 결국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할 돈도 줄어드는 건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두 번째 반박은 이러한 계산을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으로 본다.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행위가 부당한 이유는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 반박에 따르면, 빌 게이츠와 오프라 윈프리의 동의 없이 그들의 돈을 가져가는 행위는 이유가 아무리 좋더라도 강제 행위다. 자기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근거로 재분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흔히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라고 부른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규제 없는 시장을 옹호하면서 정부 규제에 반대하는데, 이는 경제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 때문이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우리 개인에게는 자유라는 기본권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한, 우리는 자신의 소유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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